부엌공간

물에 불려 먹으면 좋은 것들; 견과류, 씨앗, 곡물들

돌베개 2023. 11. 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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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또는 열흘에 한 번씩 불려먹는 게 있습니다. 늘보리쌀과 현미찹쌀을 깨끗이 씻어 자기전 밥솥에 재워주고, 일주일 먹을 양의 생아몬드를 물에 담궈서 냉장고에 하룻밤 재웁니다. 밤새 푹 불린 아몬드는 아침에 물 빼서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요. 귀찮긴 하지만 왜 이렇게 하냐구요? 충분히 불리면 꽁보리와 현미를 섞은 밥이 푹 익어서 입안에서 겉돌지 않고 착착 감기구요, 아몬드를 불려서 먹으니 볶은 아몬드에 비해 고소함은 좀 덜하지만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에 하루 섭취량을 충족하게 됩니다.

불려서 먹기 때문에 재료의 온전한 맛을 느끼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그럼에도 매우 간단한 이 방법이 왜 좋은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푸룬과 함께 먹는 불린 아몬드

 

불림은 전 세계 원주민들이(물론,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콩, 팥, 완두콩류, 현미, 녹두등으로 밥, 떡, 죽, 콩물, 부침개에 넣어 만드는 데 쓰이는 곡물은 불림이 필수죠) 수세기 동안 사용해온 방법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불림이 왜 유익한지에 대한 생화학적 이유를 알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영양학적 결핍을 피하고 이러한 식품의 소화를 위해 씨앗류, 콩, 곡물을 계속 불려 먹었습니다.
불림은 견과류, 씨앗, 콩, 곡물을 조리하기 전에 취하는 단계인데요.
 

 

이점을 알아볼까요

 

  • 피틴산을 제거함으로 영양소 흡수를 도와줘요.
    곡물에 존재하는 화합물인 피틴산은 특정 단백질과 철분, 아연, 칼슘과 같은 미네랄에 결합하여 우리 몸에 흡수를 감소시킵니다. 
  • 탄닌과 폴리페놀을 감소시켜요.
    폴리페놀은 항산화제 공급원이나 미네랄과 단백질에 결합하여 체내 흡수를 어렵게 함으로 불림을 통해 단백질, 미네랄 체내 흡수에 도움이 됩니다.
  • 항영양 효소 억제제를 감소시켜요.
    콩과 작물에는 여러 항영양(anti-nutrient;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 인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유익한 효소와 결합하여 효소의 활동을 감소시킵니다.
  • 가스를 유발하는 화합물을 제거해요.
    콩을 다량 섭취하면 헛배 부름, 즉 가스, 복부 팽만감, 방귀를 유발하죠. 이는 올리고당 덕분인데 소장에서 올리고당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올리고당을 분해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대장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박테리아가 소화되지 않은 올리고당을 사용하고 이로 인해 가스가 발생합니다.
  • 식감을 개선하고 조리 시간을 단축해요.
    영양소 가용성이 늘고 전반적인 소화율 증가, 조리 시간 단축등의 이점이 있습니다.
    콩이나 팥, 녹두를 불릴 때는 일차 불린 후 다시 버리고 깨끗한 물에 불리는 과정을 최소 두번 정도하면 가스와 복부 팽만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음식 도전!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나님이 둘째 날에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그 땅에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시는 장면이 나와요. 태양과 달보다 먼저 만드신 것이 풀과 씨 맺는 채소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나열해보면, 해바라기씨, 호박씨, 참깨, 들깨, 치아씨드, 헴프씨드 등등(씨앗류가 참 많네요, 헥헥) 참깨, 들깨는 우리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죠, 요새는 샐러드에도 많이 응용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런 씨앗류도 볶기보다는 불리면 영양 흡수에 방해되는 항영양 인자를 분해할 뿐 아니라, 비타민 B와 카로티노이드와 같이 열에 불안정한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그래서 오늘은 치아씨드를 불려서 사용하는 overnight oat(하룻밤을 지낸 오트라고 해야하나요 ㅋㅋ)를  소개합니다.

치아씨는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흡습성이 좋아서 수분에 노출되면 즉시 수화되며 부피에 비해 몇 배나 많은 물을 흡수하여 젤라틴처럼 변한다. 이런 특징때문에 채식 레시피에서 종종 달걀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재료: 치아씨드 1큰술, 검은콩 두유 3큰술(우유, 오트밀크 대체 가능), 무가당 요거트 1/4컵(60ml), 블루베리 1/3컵(80ml), 흰고구마 2큰술, 풋귤 꽁포트 1큰술(잼, 메이플 시럽 대체 가능)

 

과정: 오른쪽 사진 아랫부분에 10분간 불려 젤라틴화가 된 두유섞은 치아씨를 깔구요, 귀리(오트)를 담고 두유를 붓습니다.

블루베리를 얹고 요거트를 담은 후 고구마, 블루베리, 풋귤 꽁포트를 담았더니 넘치고 말았어요. 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웃깁니다 ㅎㅎ, 하룻밤 냉장고에 놔두었어요(귀리가 잘 불어있답니다.).

오트를 끓이지 않아도 하룻밤 두유에 불려놓으면 되어요. 아침에 꺼내 먹으면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끼 해결!

 

  여름에는 오버나잇오트가 좋지만 요새처럼 초겨울에는 추워서 끓여 먹는 오트밀이 좋긴해요. 그래서 겨울을 위한 치아씨 베이킹을 곧 올려볼게요!

 

  13년간 나와 함께 한 작은 EOS오븐의 버튼이 고장나 새로 산 오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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