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만의 '강한 얼굴 메뉴'를 가지는 것이 생명력이 긴 가게를 만들어준다고 '우노 다카시'가 말하였다. 나의 점방은 '이거다' 하는 '블로그의 얼굴' 또는 '간판 메뉴'가 아직은 없다. 대단해 보이지 않은 글을 하나하나 써 놓으면 티클 모아 태산이되겠지 하며 시작한지 두어달이 됐다.
공들인(?)글이나 특이한 글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지 찾아오는 손님들이 없다. 다들 주가가 어찌될지, 불경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오늘은 어디서 맛있는 걸 먹었고, 무엇을 해 먹었는지, 건강과 운동, 노화와 음식이 주 메뉴인 블로그의 글들은 선택하기 쉽고 언제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이다. 나 또한 그런 걸 유심히 보며 지나치지 않는다.
매일 글 쓰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글 쓰기 능력을 키운다면 좋을텐데... 텐데 따위의 약해빠진 소리는 집어치우고, 어디든 강한 글을 만들어보자!
예전에는 레시피 없으면 음식을 만들 엄두도 못 냈는데 여러번 하다보니 일상적인 요리를 약간만 변화시켜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 정교한 글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메뉴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유행이나 상황과 시즌에 특별히 민감하지 못할지라도 일상생활 속에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유행이나 지금 시즌에 맞는 인기 글을 잘 살펴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디어를 더하여 '내 점방이니까 이렇게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나의 점방만의 글 요리로 완성되겠지.
천로역정의 작가 존 번연이 글을 잘 쓴 이유를 그가 진실하고 솔직한 사람으로서 문학적 허세를 부리지 않고 생각대로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CS 루이스는 '말이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말이 진실하고 솔직해도 손에 펜만 들었다하면 진부한 상투어가 쏟아져 나온다고 했으니, 재능은 필요하긴 한가보다. 그러나 단순하지만(진부하고 상투적이 아님을 강조한다.) 얼마든지 특별해 보일 수는 있다.
글 쓰기는 재능과 지식,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구조와 배치에 따라, 즉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특별해 보일 수 있다. 보는 관점을 달리해서 내가 보기에 흡족한 글이 아니라 독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시간을 들여 내 점방의 컨셉을 여유 있게 만들어 본다. 종종 다른 점방도 보러 다니다보니 글 쓰기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거!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점방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았다.
1.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다.
2. 글 쓰기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이다.
3.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지나가는 객의 발길을 어떻게 붙잡을지 '굶주려' 있다.
5. 고만고만하게 맛있는 정도의 글이라도 느낌이 좋으면 된다.
6. 간단하게 내 놓을 수 있는 몇 가지가 상시 준비되어 있다.
7. 열심히 관계를 맺는다. (응원, 댓글, 공감, 이웃신청 등)
인적이 없는 나의 점방, 간판이라 하기에는 명함 한 장 걸려 있는 곳이지만 만족하며 '괜찮은 곳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기대해본다. 다른 데는 없는 나만의 메뉴가 있으니!